'이태원 빌리지센터' 외국인 봉사자와 어르신, 영어로 말해요

시민기자 이정민

발행일 2023.04.26. 14:48

수정일 2023.05.25. 11:20

조회 4,461

어르신과 일대일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외국인 자원봉사자 ©이정민
어르신과 일대일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외국인 자원봉사자 ©이정민

“웰컴, 웰컴~”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 4층 강의실 안에 들어서자, 청바지 차림의 어르신이 힘찬 목소리로 반갑게 맞이한다. 오늘은 영어 탐구 동아리의 원어민 대화 수업이 있는 날이다. 이는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10년 넘게 매달 한 번씩 진행해온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의 캐서린 코르테자 센터장 ©이정민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의 캐서린 코르테자 센터장 ©이정민

“예전에 해외에서 공부했거나, 생활하셨던 분들이 영어 실력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 활동인데요. 외국인과 프리토킹하실 수 있도록 말벗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 캐서린 코르테자 센터장의 설명이다. 한 달 만에 만나는 어르신 수강생들과 외국인 봉사자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한다.
원어민과 대화하는 어르신의 입가에 친근한 미소가 번진다. ©이정민
원어민과 대화하는 어르신의 입가에 친근한 미소가 번진다. ©이정민

코로나19 여파로 수강 인원은 줄었지만, 그 열의만큼은 변함없어 봉사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때로는 서로 처음 만나는 사이도 있지만, 계속 이어지는 만남도 있어 강의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어느새 어르신들의 입가에는 편안하고 친근한 미소가 번진다.
16년째 영어 동아리를 맡고 있는 구순의 어르신, 김순신 강사 ©이정민
16년째 영어 동아리를 맡고 있는 구순의 어르신, 김순신 강사 ©이정민

“회화는 배운 걸 응용하는 거예요. 다들 수업을 할 때 단계별로 열심히 하다 보니 외국인을 만나도 자신감이 있죠.”

이곳 어르신들과 원어민의 소통에 큰 역할을 하는 91세 김순신 강사의 이야기이다. 16년째 영어 동아리를 맡아 최선을 다하는 어르신 강사의 열정이 존경스럽다.
어르신 수강생과 원어민 일대일 비율을 원칙으로 최대한의 학습 효과를 이끈다. ©이정민
어르신 수강생과 원어민의 일대일 비율을 원칙으로 최대한의 학습 효과를 이끈다. ©이정민

이 수업은 10여 명의 어르신 수강생과 원어민 간의 일대일 비율을 원칙으로 한다.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의 학습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또한 100%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원어민들의 국적도 미국, 스페인, 벨기에, 러시아 등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 영어를 사용하지만, 간혹 프랑스어로 대화를 하는 어르신과 자원봉사자도 있다.

“본국으로 돌아간 자원봉사자 외국인들 중에 저한테 이메일을 보내는 경우가 있어요. 팬데믹 전에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어르신들이 잘 계신지 안부를 전해 달라는 사람이 많아요.”

캐서린 센터장은 어르신들과의 오랜 인연만큼 기억에 남는 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 개관 21주년 축하 영상을 보며 흐뭇해하는 어르신들 ©이정민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 개관 21주년 축하 영상을 보며 흐뭇해하는 어르신들 ©이정민

잠시 후 수업이 잠깐 멈추고 짧은 영상이 나온다. “배움의 열정에 동행한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개관 21주년 축하드립니다.” 지난달 촬영한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 개관 기념 영상에 소개된 동아리 어르신들의 인터뷰 중 일부다. 커다란 화면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자 수줍어하는 어르신에게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흐뭇하다.
1시간 가까이 이어가는 어르신들의 영어 실력이 놀랍다. ©이정민
1시간 가까이 이어가는 어르신들의 영어 실력이 놀랍다. ©이정민

영어로 “다시 대화로 돌아가자”라며 분위기를 바꿔주는 강사의 센스에 다들 제자리를 찾는다. 이름과 나이, 고향 등을 묻는 비슷한 질문으로 시작한 대화는 각자 다른 주제로 나뉘며 활기를 더한다. 1시간 가까이 끊이지 않고 이어가는 어르신들의 영어 실력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늘었다며 겸손하게 웃는 어르신의 모습 ©이정민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늘었다며 겸손하게 웃는 어르신의 모습 ©이정민

“제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영어가 늘지 않는다고 하면서 아침에 나왔어요. 그런데 지금 물어보니까 오늘 많이 좋아진 거 같대요. 자신감이 좀 늘었나 봐요.(웃음)” 80대 초반의 어르신에게서 겸손함이 느껴진다. 
어르신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보람을 느낀다는 자원봉사자 조앤 씨 ©이정민
어르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보람을 느낀다는 자원봉사자 조앤 씨 ©이정민

어르신과 대화하는 이 시간이 소중하고 보람된다는 자원봉사자 조앤 씨는 “오늘 만난 분이 88세이신데 영어를 배우고 기억하시는 게 대단하다”면서 “다음 주에 출국해야 해서 그분과 같이 기념사진을 찍었다”라고 봉사의 기회를 마련해준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에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개관 21주년을 맞은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의 축하 현수막 ©이정민
개관 21주년을 맞은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의 축하 현수막 ©이정민

마지막으로 캐서린 센터장은 “영어를 배우고 싶은 분들이 오셔서 같이 참여하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외국인들에게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를 널리 알려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태원 글로벌 빌리지센터

○ 위치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11 한남빌딩 5층 504호
○ 교통 : 지하철 6호선 2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운영시간 : 월~금요일 09:00~18:00
누리집 
○ 문의 : 02-2199-8883~5

시민기자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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